
책 제목을 처음 듣고 "테넷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 있어 보이는 조어라고 짐작하는 사람도 있다. 둘 다 아니다. Tenet은 라틴어에서 온 평범한 단어다. 신념, 강령,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나는 이 단어를 고른 순간부터 책의 방향이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기법을 모아 놓은 매뉴얼이 아니라, 원칙 위에 쌓아 올린 시스템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선언이었다.
먼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게 있다. TENET SALES는 영업 화법이나 클로징 멘트를 모아 놓은 스킬북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나는 22년간 영업 조직을 이끌면서,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는 걸 봤다. 에이스 한 명의 화술이나 인맥에 조직의 명운을 거는 방식을 나는 '고전적 영업(Conventional Sales)'이라 부른다. 그 에이스가 흔들리거나 회사를 떠나는 순간, 조직 전체가 함께 무너진다. 반면 정해진 프로세스와 데이터가 영업을 이끄는 조직은 사람이 바뀌어도 성과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걸 나는 '현대적 시스템 영업(Modern Sales)'이라 부르고, TENET SALES는 후자로 넘어가는 방법을 다룬다.
책의 구조는 피라미드로 짜여 있다. 맨 아래층에는 정직과 신뢰, 즉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 놓여 있다. 그 위에 영업사원 개개인이 자신만의 여정을 설계하는 법이 쌓이고, 다시 그 위에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얹힌다. 여기까지가 조직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층이라면, 그 위층부터는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의 영역이다. 파이프라인을 규율 있게 관리하는 프로세스, 채널과 핵심 고객을 다루는 실무, 그리고 이 모든 층이 떠받치는 꼭대기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있다. 어느 한 층이라도 비어 있으면 피라미드는 기울어진다. 지난 글에서 다룬 파이프라인 이야기도 결국 이 구조 안의 한 조각이었을 뿐이다.
이 피라미드를 세우게 된 계기는 이론이 아니라 사고였다. 정확히는, 사고를 겪고도 왜 그런 사고가 났는지 설명할 언어가 조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나쁜 수주 하나가 회사를 몇 년간 휘청이게 만드는 걸 지켜보면서, 그리고 반대로 원칙을 지킨 조직이 불황을 오히려 기회로 바꾸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이 경험들을 파편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층층이 쌓아 구조로 만들어야 다음 사람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TENET SALES는 스토아 철학의 오래된 문장 하나를 축으로 삼는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전념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으라는 말이다. 수주 여부, 고객사의 예산, 시장의 경기는 영업사원이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원칙을 지켰는지, 리스크를 점검했는지, 파이프라인을 정직하게 관리했는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결과는 시장에 맡기고 과정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태도, 이것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유일한 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 블로그에서 조금씩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그 피라미드의 조각들이고,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결국 완성된 그림이 보일 것이다. 팀을 이끄는 리더든,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주니어든, 시스템 없이 홀로 뛰는 창업가든 이 구조 안 어딘가에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 글에서는 이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층, 정직과 신뢰의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시험대에 오르는지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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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T SALES —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세일즈 엑설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