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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을 일하고 나서야 깨달은 것

Sales Excellence Advisory 2026. 9. 17. 16:00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사업본부장 자리에 앉기까지 22년이 걸렸다. 전체 직장 생활로 치면 33년이다. 현대정보기술에서 서버실 바닥에 앉아 밤을 새우던 시절부터, 로크웰 오토메이션에서 사업부장 타이틀을 달던 순간, 삼성SDS에서 프로그램을 통째로 굴리던 시기를 거쳐, 지금은 글로벌 기업 ABB 코리아에서 사업본부장으로 일한다. 이 블로그는 그 시간의 기록이자, 동시에 그 시간이 낳은 책 『TENET SALES』를 세상에 내놓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나는 타고난 영업맨이 아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학창 시절엔 컴퓨터와 씨름하며 프로그래머를 꿈꿨다.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관계를 쌓는 일보다는 시스템을 뜯어보고 논리로 문제를 푸는 쪽에 훨씬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영업 조직을 이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이 바닥은 감(感)으로 돌아간다'는 통념이었다. 에이스 한 명의 개인기, 술자리에서 쌓은 인맥, 운 좋게 걸린 타이밍. 그렇게 굴러가는 조직을 숱하게 봤다. 그리고 그런 조직이 위기 앞에서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도 똑같이 숱하게 봤다.
세 번의 파도를 맞았다. 1997년 겨울, 환율 그래프가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치던 그 계절에 나는 사회 초년생이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을 때는 이미 관리자 자리에서 팀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과 수주 예측을 통째로 흔드는 국면을 사업본부장으로서 정면으로 통과했다. 세 번 모두 똑같은 패턴을 목격했다. 감으로 버티던 조직은 첫 번째 충격에 휘청였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던 조직은 흔들리되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 차이가 『TENET SALES』를 쓰게 된 이유다. 책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뛰어난 개인의 재능에 기대는 영업을 나는 '고전적 영업(Conventional Sales)'이라 부른다. 반대로 규율 있는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축으로 삼아 누가 하든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영업을 '현대적 시스템 영업(Modern Sales)'이라 부른다. 이 책은 후자로 넘어가는 실전 지도다. 무작정 수주를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나쁜 수주, 조직을 갉아먹는 수주를 걸러내는 리스크 리뷰 과정을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룬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의 쾌감보다, 그 계약이 6개월 뒤 조직에 어떤 청구서를 들이미는지를 먼저 보라는 이야기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라고 말한다. 시장의 흐름, 경쟁사의 가격 정책, 고객사의 예산 삭감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조직의 프로세스, 파이프라인의 투명성, 리스크를 걸러내는 기준은 온전히 내 손 안에 있다. 세 번의 위기를 겪으며 배운 건 결국 이것 하나다. 통제 가능한 과정에 전념하라. 결과는 시장의 몫으로 남겨둬라.


이 블로그는 그 33년의 현장 경험과 『TENET SALES』의 프레임워크를 매주 조금씩 풀어놓는 공간이다. 팀장급 리더든, 이제 막 시스템을 세워야 하는 주니어든, 혹은 영업 조직 없이 홀로 뛰는 스타트업 창업가든, 감이 아니라 프로세스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33년 중 하나를 골라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간다. 감으로 밀어붙이다 조직 전체가 휘청였던 순간, 그리고 그 실패에서 지금의 시스템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다룬다.


TENET SALES —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세일즈 엑설런스